[골프타임즈=정노천 기자] 엄마골퍼 안시현(32, 골든블루)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했다. 2004년 KLPGA 투어 엑스캔버스오픈 우승 이후 국내에서 12년 만의 이룬 쾌거다.

19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골프장 유럽·오스트랄아시아 코스(파72, 6,053ｍ)에서 열린 기아자동차 제30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 최종라운드 안시현은 보기 1개, 버디 4개 3언더파를 치며 최종합계 이븐파(288타)로 디펜딩 챔피언 박성현(23, 넵스)을 1타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안시현은 이번 우승으로 내년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기아클래식 출전권도 확보했다.

대회를 마치고 안시현을 만나 인터뷰했다.

▲ 우승을 축하한다. 소감은?
우승 할지 몰랐다. 준비도 안 했고, 정체기여서 욕심 안내고 준비해서 하반기에 잘 해보자라고 생각을 했는데, 욕심 없이 차분히 잘 준비했던 것이 우승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 우승 예감은 언제?
선두권이라는 것은 11번홀부터 알고 있었다. 16번홀 버디 하고 나서 소름이 끼쳤다. 됐다. 이제 됐다. 편하게 갈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퍼트 연습하고 있는데 갤러리 분들이 핸드폰으로 보시고 알려줬다. 진짜 맞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 우승 순간 어떤 감정이었나?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해 냈구나 라는 느낌이었다. 시상식 때 눈물이 났다.

▲ 현역 생활은 언제까지?
몸 관리 잘 하면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몇 살까지라는 것은 모르겠다. 어느 순간 골프선수가 나의 천직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많이 노력하고 있다. 선수 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 코스가 어려웠는데 그 동안의 선수 경험이 도움이 됐나?
신인 선수보다는 더 많은 바람을 맞았을 것이고 더 어려운 핀 위치와 긴 러프에서 샷을 해봤기 때문에 아무래도 어디를 피해야 하고 어디는 공격해도 되겠다라는 것은 정확하게 보인다.

▲ 투어 복귀 시 우승이 목표였나?
투어 복귀할 때 그때 자신감과 컨디션으로는 굉장히 잘 치고 우승도 한두 개는 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쉬다가 복귀를 하고, 또 출산을 한 이후라 운동하고 준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몸이 쉽게 회복이 안됐다. 그래서 우승이 점점 멀어져 갔다. 작년부터 이왕 다시 시작한 거 그만둘 때 후회가 없으려면 우승은 한번 꼭 해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목표를 수정하고 열심히 했다.

▲ 딸이 많이 축하해줬나?
딸은 우승이 뭔지 아직 잘 모른다. 꽃 받고 우승컵 받고 카메라가 찍으니까 그냥 기뻐하고 있다. ‘엄마 잘한 거야?’ 이정도 느낌이다.

▲ 12년 동안 우승이 없었는데 그간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3주 전쯤에 ‘앞으로 선수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이제는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걸 잘 잡아준 게 딸이다. 딸의 얼굴을 보니까 내가 여기서 이렇게 그만두면 안 되지 라는 생각도 들었고, 옆에서 좋은 말씀해주시고 잡아주시는 분들도 있어서 이렇게 다시 열심히 하게 됐다.

▲ 하루 일과는?
대회 때 목~일요일 혹은 금~일요일은 대회 때문에 집에 있을 수가 없어서 아이를 거의 못보고, 월화는 아침에 꼭 유치원에 보내준다. 8시 반에 유치원 가서, 7시쯤 아이가 일어나니까 같이 일어나서 아침 먹고 유치원에 보낸다. 그러고 나서 운동하러 갔다가 연습하고 5시 반쯤에 아이가 돌아오니까 돌아오면 아이와 같이 시간 보내고 그게 다 인 것 같다.

▲ 이번 대회에서 이븐파를 쳤다 원래 계획은?

원래 이번 대회 목표는 4라운드 토탈 이븐파였다. 샷메이킹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다. 핀 위치도 까다로울 것이고 러프에 들어가면 그린을 공략하기가 쉽지가 않아서 티샷은 무조건 페어웨이를 지켜야한다고 생각했다. 바람에 영향 많이 받지 않게 연습했고, 어프로치는 볼 스피드를 많이 생각했다.

▲ 첫 우승과 지금 우승을 비교한다면?
예전에는 공만 쳤다. 마음고생을 하다 보니까 지금은 우승이 마음에 더 와 닿고 뜻 깊다.

▲ 갖고 싶은 타이틀은?
얽매이고 싶지가 않다. 몇 위 안에 들겠다. 몇 위를 해야겠다라는 것에 스스로를 가두면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크다. 매 대회 어떻게 즐기고 이 상황에서 이기고 잘 버텨내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몇 등... 그런 것을 정해두기 보다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잘 하고 후회 없이 매 경기 게임할 생각이다.

▲ 딸도 골프를 시킬 것인가?
본인이 하고 싶다면 하겠지만 내가 먼저 시킬 것 같지는 않다.

주요 홀별 상황
5번홀(파3) : 5UT->핀 뒤 5m 1퍼트 버디
6번홀(파5) : D->3W->139야드 9i->핀 3m 1퍼트 버디
10번홀(파5) : D->3W->15야드 58도 웨지->핀 앞 3m 1퍼트 버디
15번홀(파4) : 5W->152야드 9i(뒤바람)->그린 뒤 15야드 58도 웨지->핀 앞 3m 2퍼트 보기
16번홀(파4) : D->152야드 8i->핀 좌측 14m 1퍼트 버디

사진제공=KLPGA
정노천 기자｜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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