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문정호 기자] 12일 88CC(경기 용인) 사랑, 나라코스(파72, 6,972야드)에서 열린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총상금 8억원, 우승상금 1억6천만원) 조별리그를 마치고 결승에 올라온 황인춘(42, 후쿠즈미, 휴셈)과 이상엽(22)이 최종결정전에서 만났다.

대회 최연장자와 최연소자와의 한판 승부에서 패기를 앞세운 이상엽이 황인춘을 힘들게 제압(1UP)했다. 대회 기사 참조

대회를 마치고 이상엽을 만나 인터뷰했다.

▲ 승리를 축하한다. 우승 소감은?
예선전을 통해 올라왔기 때문에 큰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우승까지 해 기쁘다. 사실 결승전에서 4다운까지 갔을 때만 하더라도 샷도 좋지 않았고 우승은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14, 15번홀이 터닝포인트였는데 16번홀에서 황인춘 선수가 실수를 하고 '잘하면 연장까지 갈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17번홀에서 황인춘 선수가 퍼트를 실수하며 마지막 홀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묘해졌다. 18번홀에서 티샷이 벙커 턱 초입에 공이 떨어져 그린까지 공을 보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황인춘 선수가 세컨샷에서 실수를 했다. 그래서 근처에만 갖다 놓고 파로 막자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어프로치 감이 안 좋아 퍼터를 선택한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

▲ KPGA 코리안투어 첫 우승인데 기분은 어떤가?
얼떨떨하다. 그냥 매치를 한 경기 더 이긴 것 같고, 다음날 경기가 남아 있는 느낌이다.

▲ 대회 출전 시 목표는 무엇이었나?
64강전에서 최진호 선수와 붙었는데 대진표 보고 처음부터 우울했다.(웃음) 과연 이길 수 있을까? 배운다는 생각으로 경기했다. 최진호 선수가 경기 스타일이 한 샷 한 샷 신중하게 경기하는 타입이었는데 샷을 느낌대로 빨리 치는 나와는 정반대라 최진호 선수를 보면서 배울 점이 많았다. 운 좋게 첫 경기 이기고 다음 경기를 이기니 자신감이 조금씩 붙었다.

조별리그에 올라서는 선수들을 보니 다들 쟁쟁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조2위에만 들자는 생각으로 경기했다. 조별 첫 경기 문경준 선수를 간신히 이긴 후 장타자 킬러 김수환 선수도 자신감이 높아지고 더욱 상승세를 탔다. 송영한 선수와 경기 후 마지막 황인춘 선수와 결승에서 만났을 때는 처음부터 기대감 없었다. 난 갓 올라온 신인일 뿐이고 황인춘 선수는 경험 많은 선배라 우승 기대는 전혀 없었다.

▲ 10번홀 이후 4홀까지 졌는데 포기를 안했나?
거의 포기 상태였다.(웃음) 그것이 오히려 우승의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부담감 없이 경기했고 욕심을 내지 않아 우승할 수 있었다.

▲ 15번홀이 경기에 어떤 영향을 줬나?
터닝포인트 홀이었다. 갤러리들이 환호하니 오히려 경기력이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더욱이 뒤지고 있는 경기였는데 오히려 갤러리들이 기운을, 용기를 불어 넣어줬다.

▲ 드라이버 거리는?
260~270m 정도 나간다. 헤드스피드는 108~110마일 정도 나온다.

▲ 매치 우승은 어떤 의미인가?
최근 샷이 좋지 않아 시즌 개막전인 제11회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에서 톱10에 든 이후 줄곧 하위권을 맴돌았다. 샷이 일관성이 없어 스트로크 플레이에 많이 불리하다. 특히 드라이버샷이 안 좋은데 오비가 많이 난다. 하지만 매치플레이는 어차피 오비가 나도 한 홀만 포기하면 되니 현재 내 상황과 잘 맞았고 운도 많이 따랐다. 오늘 우승했기 때문에 자신감은 많이 붙을 것 같지만 샷은 보완해야 한다. 샷이 많이 흔들리기 때문에 일정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완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겠다.

▲ 샷 외에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다혈질이기 때문에 대회 마다 기복이 심했다. 이번 매치플레이를 준비하며 성격을 다운시키려 명상을 많이 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운이 많이 따랐지만 스트로크 플레이 대회에서는 다혈질의 성격을 잡아야 성적이 좋아질 것이다.

▲ 4홀이나 졌는데 역전 우승을 한 기분은?
샷 오비가 많이 나 흔들렸다. 10번홀 이후 4홀 동안 2번이나 오비가 났다. 샷이 안 맞아 티샷 시 드라이버를 안 잡으려 했는데 14번홀에서 캐디를 보신 아버지가(이해준, 64년생)의 권유로 드라이버를 잡았는데 그때부터 잘 맞더라. 이후에도 '매치 플레이니 한 홀을 져도 다음 홀에서 만회하면 된다'고 옆에서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이번 우승은 아버지의 역할이 컸다.

▲ 가장 많은 상금을 받았는데 경기 중 상금에 대한 생각을 했나?
상금을 생각했다면 손이 떨려 경기하지 못했을 것이다.(웃음) 매치의 승패에만 집중해 경기했다. 상금은... 이사를 갈 예정인데 전세금으로 보태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다. 지금까지 제일 많이 받은 상금은 지난해 챌린지투어에서 우승 후 받은 2천만원이 가장 컸다. 오늘 우승으로 한 번에 많이 뛰었다.(웃음)

▲ 이해우 프로 조카인데 골프 시작에 영향을 줬나?
이해우 프로는 두 번째 큰아버지이다(큰고모-큰아버지-이해우 프로-아버지). 어린 시절 아버지와 큰 아버지(이해우)가 있는 연습장에 같이 갔었다. 채를 추천해 주는 등 골프 시작에 영향을 준 것은 맞다. 하지만 직접적인 골프 시작은 8살 때 여성용 8번 아이언으로 스윙을 했는데 너무 잘 맞아 그 느낌을 다시 느끼고 싶어 시작했다. 그런데 아직도 그때의 그 느낌을 못 찾고 있다.(웃음)

▲ 오늘 우승했다.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지난해 일본 진출을 위해 JGTO Q스쿨에 응시했는데 3차에서 탈락했고 아시안투어 Q스쿨은 마지막에 탈락했다. 일본무대 진출할지, 미국 웹닷컴투어 진출을 노릴지 구체적인 계획은 현재 없다. 하지만 프로 선수라면 최종 목표는 미국 PGA투어에 진출해 보는 것이 당연한 꿈이다. 상상도 할 수도 없지만 우승한다면, US오픈에서 우승하고 싶다.(웃음)

이상엽 매치플레이 결과
ㆍ예선전 : 24위로 통과, 본 대회 출전(시드순위 56번)
ㆍ64강 : 최진호(32, 현대제철) 상대 1UP 승
ㆍ32강 : 유송규(20) 상대 2&1 승
ㆍ조별리그 1경기 : 문경준(34, 휴셈) 상대 1UP 승
ㆍ조별리그 2경기 : 김수환(32) 상대 6&4 승

ㆍ조별리그 3경기 : 송영한(25, 신한금융그룹) 상대 1UP 승
ㆍ결승전 : 황인춘(42, 후쿠즈미, 휴셈) 상대 1UP 승

이상엽 프로필
ㆍ생년월일 : 1994년 12월 17일 생
ㆍ생애 첫 승 : 올 시즌 우승자 중 최연소
 - 이번 대회 사상 최초 예선전 통과 우승
 - 이번 대회 사상 최연소 우승 : 21세 5개월 26일
ㆍ기존 본 대회 최연소 우승 : 2015년 이형준(당시 23세 3개월 21일)
ㆍ본 대회에서 생애 첫 승 달성 최초 선수
ㆍ제네시스 상금순위 4위, 제네시스 대상포인트 6위로 도약
ㆍ2011년, 2013년 국가대표 출신
ㆍ2014년 2월 KPGA 투어프로(정회원) 입회
ㆍ2014년 KPGA 챌린지투어 상금왕
ㆍ2015년 KPGA 코리안투어 데뷔
ㆍ2016년 제12회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10위(기존 가장 좋은 성적)
ㆍ부친 이해준(52) 캐디 맡아
ㆍKPGA 투어프로(정회원) 이해우(55) 조카
ㆍKPGA 투어프로인 큰아버지 영향으로 8세 때 골프 시작

사진제공=KPGA
문정호 기자｜karam@thegolftimes.co.kr
< 저작권자 © 골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