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김영태 사진비평가] 20세기 초반 전위적인 예술가들은 회화, 조각, 사진, 행위예술, 그래픽 등 다양한 표현매체를 사용했다. 중심적 인물은 타틀린, 로드첸코, 말레비치, 포포바, 나움가보, 리시츠키, 클라운 등이 있다. 그 중에서 알렉산더 로드첸콘(Alexander Rodchenko, 1891년~1956년)는 1924년부터는 사진가로 활발히 활동했다.

그는 피사체를 비스듬히 바라보거나 위에서 똑바로 내려다보고 찍어 의도적으로 사물을 다르게 보이도록 하는 시점을 채택했다. 이러한 스타일은 1930년대 초반 ‘부르주아 형식주의’라는 비판을 받으며 스탈린 관료주의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쳤다. 하지만 작가의 이러한 시선은 당시로서는 새로운 느낌이었고 카메라 렌즈의 특성을 유효적절하게 보여주는 사진적인 표현방식이었다.

주지하다시피 초기 카메라는 대형 포맷이었기 때문에 기동성이 떨어졌고 앵글의 선택도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1920년대에 소형카메라가 개발되어 보급되면서부터 자유롭고 다양한 앵글의 선택이 가능해졌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도 그러한 변화된 카메라의 기능을 반영하는 작품 중에 일부다. 특정한 피사체를 하이앵글을 선택하여 비스듬한 시각으로 화면을 구성했다. 디자인화된 것처럼 느껴지는 그림자가 비스듬한 화면구성과 효과적으로 어우러져서 구성주의적인 이미지가 생성됐다. 작가는 다양한 매체를 다루었지만 그 중에서 사진을 선택한 것은 실험적인 새로운 도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진은 근대화의 소산이자 자본과 정치의 논리에 의해서 세상에 태어났지만 전통적인 예술인 회화나 조각과는 다르게 진보적인 매체로 인식되었다. 특히 독일의 철학자이자 비평가인 발터 벤야민 진보적인 지식인으로서 자신의 논문인 ‘기계복제시대의 예술작품’과 ‘사진의 작은 역사’에서 사진의 사회문화적인 의미를 제시했다. 봉건주의적인 예술적인 전통의 결과물인 회화와 비교해서 사진은 진보적이고 대중들을 계몽하는데 있어서 효과적인 매체라고 판단한 것이다.

아방가르드적인 예술가인 로드첸코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진을 표현매체로서 수용했다. 또한 사진을 이용해서 보여주는 그의 시각도 파격적이고 진보적이다. 현실을 낯설게 재구성하여 대상을 변주하는 사진만의 고유한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모더니즘예술은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측면도 있지만, 매체의 순수성과 회화의 평면성을 중요하게 여긴 미술평론가 클레멘트 그린버그의 영향으로 장르간의 경계를 견고하게 지키려 고한 경향도 존재했다. 특히 20세기 모더니즘 사진은 매체의 순수성을 통해서 회화와의 차별화를 추구하였다.

그와는 다르게 전위적인 예술가들은 표현매체로서의 사진의 매력을 극대화해서 보여주었다. 그로인해 사진이 기록을 뛰어 넘어 현대미술의 장안에서 중요한 장르로 자리 매김하는 기본적인 토대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사회문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예술가 중에 한 사람이 로드첸코다.

그는 인생의 마지막 20년간을 스탈린 관료제와 갈등을 빚으며 사람들과 단절된 채 가난과 비통함 속에 살아야 했다. 러시아 구성주의는 러시아 혁명이후인 1918년에서 약 19년간에 전개되었던 혁명적 조형운동이다.

러시아 혁명의 성공과 함께. 공산주의에 적합한 새로운 조형예술을 추구하고 나온 것이 구성주의이다. 외계의 대상에 대한 재현을 일체 거부하고, 순수한 모습으로 환원된 조형요소의 조합으로써 작품을 구성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는, 본질적인 조형 요소를 중요시하여 쓸데없는 장식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구성주의자들은 새로운 사회건설에 예술을 가지고 참가하려했고, 이는 건축에 있어서는 기능주의로, 조각ㆍ회화에 있어서는 기하학적 추상주의로 이어진다. 특히 건축ㆍ조각에 있어서는 금속, 유리, 그 밖의 근대 공업이 나은 새로운 소재를 구사하여, 참신한 공간 표현을 하였다.

특히 이 운동은 조형 활동에 의한 사회 건설의 참여를 주장하며, 정치성과도 적극적인 결합을 보인다. 자기표출(自己表出)로서의 예술이기보다, 공간구성 또는 환경형성을 지향했다. 필연적으로 기능성이 중시되고, 기계주의적 내지는 역학적(力學的)인 표현이 강조되었다.

러시아의 구성주의는 짧은 생명력과 실패로 인해 후세의 이목을 받지 못하였으나 1960년대 이후부터 서서히 관심을 끌기 시작하여 20세기 후반에 해체주의로서 재도약의 계기를 맞게 된다.

해체주의 예술가들은 그들이 주장하는 ‘기존의 미학과의 단절’이라는 성격이 러시아의 구성주의와 부합됨을 인식했다. 비록 건물의 내부구조나 적용범위 그리고 표현방식에 차이는 있으나 해체주의의 실현에 있어서 구성주의 표현수법인 순수 기하학을 이용하였고 여러 장르에 걸친 다양성, 또한 불필요한 장식에 대한 해체 등으로 말미암아 구성주의의 한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해체주의의 등장으로 인해 구성주의는 재조명되고 있으며 비록 차이는 있으나 구성주의의 이념이 실현되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1980년대 페미니즘 예술가인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 1945~)의 매체혼합적인 도발적인 조형언어다.

작가는 구성주의 예술의 시대에 조응하는 양식으로 변주하여 자신의 정치적인 신념과 이데올로기를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김영태 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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