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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타임즈=박서현 시인] 여행은 뉴질랜드 북섬에서부터 시작했다. 뉴질랜드의 공항 오클랜드에서 차를 랜트했다. 멜본에서 대학을 졸업하는 작은 아들 동우 졸업식에 참석한 남편과 함께 뉴질랜드 여행을 떠났다.

졸업식은 인상 깊었다. 더욱 감명 깊은 것은 총장이 일일이 졸업생들의 손을 잡으며 격려의 말과 더불어 축복을 빌어 주던 순간들이었다. 감격을 가슴에 안고 북섬과 남섬을 여행하기로 했다. 뚜렷한 목표도 시간도 흐르는 데로 맡기기로 했다.

뉴질랜드는 호주와 달리 산이 많아서 우리나라와 흡사한 곳이 많았다. 작은 자동차에 앉아가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다리를 푸는 것은 필수였다. 북섬에서 남섬을 향해가는 여행 중에 어느 골프장을 들렀다.

마침 그 골프장은 현지 훈련 차 온 우리니라 학생들이 라운딩을 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빠져나간 뒤에 동우와 남편과 함께 라운딩을 시작했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바라보는 짙은 쪽빛 하늘에 하얀 구름은 어릴 적 서울 하늘을 닮았다.

양쪽으로 숲을 끼거나 계곡을 낀 페어웨이의 모습은 우리나라 골프장과 흡사했다. 어릴 적 뛰어 놀던 고향이 생각났다. 서울 하늘을 향해 힘차게 샷을 날렸다. 너무 감성에 젖어서 일까 볼은 보기 좋게 슬라이스를 내며 페어웨이를 벗어나 숲 쪽으로 날아갔다.

로스 볼을 선언하고 직선거리로 아이언샷을 날렸다. 볼은 먼지 낀 서울 하늘이 싫다는 듯 또 숲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골프를 하다 보면 볼을 자주 잃어버린다. 잃어버린 볼을 찾아 풀숲을 뒤적거리다 보면 내 볼이 아닌 남이 잃어버린 볼을 줍게 되는데 내 볼을 찾지 못하면 동반자의 재촉을 들어도 발걸음이 쉬 떨어지지 않는다. 나의 소중한 보물단지를 묻고 오는 듯 아쉽기만 하다.

하나를 찾으러 갔다가 둘을 주었어도 내 볼을 찾지 못하면 아쉬움에 가슴이 짠하다. 남편이 로스 볼을 선언하면서 볼을 놓아주고 어서 치라는 눈짓을 던지고 내 볼이 떨어졌을 지점을 향해 간다.

볼을 잘 줍는 사람이 있다. 떨어진 지점을 정확히 보기도 하거니와 물속 작은 나무 가지에 숨어있는 볼을 잘 찾아내는 사람이 있는데 남편이 그 편이다.

세 번째 친 내 볼이 날아가서 내려앉자 동우와 남편이 두 번째로 친 볼이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근처에 가까스로 가서 네 번째 피칭을 준비할 때 남편은 두 손 가득 하얀 볼을 주워가지고 왔다.

다음 홀도 마찬가지로 어김없이 볼 한 개를 찾으러 가면 두 손에 하얀 볼을 알을 까서 가져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독 볼을 잘 찾지만 이곳처럼 저렇게 많이 알을 까오기는 처음이다.

골프장 골프 숍에서도, 마트 골프 숍에서도 헌공을 모아 팔고 있지만. 골프를 좀 치는 골퍼는 헌공을 안 쓴다. 필자도 느끼는 손맛이지만 얻어맞은 헌공이나 오래된 공은 구질이 떨어지고 치는 순간의 느낌과 탄력이 다르다.

두 손 가득 공을 주워오는 것을 본 순간 앞선 팀이었던 우리나라 전지훈련을 온 학생들이 잘못 쳐서 날려버린 볼임을 생각했다. 로스 볼을 찾으러 다닐 시간적 여유도 없었는지 아님 잃어버린 볼에 대한 아픔을 새겨 주려했는지 모를 꿈의 파편들이다.

빨리 망하려면 주식을 하고 서서히 망하려면 골프를 가르치라는 골퍼들의 농담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골프를 가르치는 것은 부모의 노고와 당사자에게 미래를 건 큰 도박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했다.

굿 샷~!을 마음속으로 외치며 샷을 날렸다. 어라~! 마음과 달리 페어웨이 옆에 있는 집 쪽으로 날아간다. 부지런히 가서 볼 떨어진 곳을 살펴보니 커다란 거실 유리창 앞이다.

정원 숲으로 들어가자 유리창 안에서 뚱뚱한 부인 둘이 차를 마시며 나를 향해 웃고 있었다. 미안하다면서 인사를 하고 왔지만 늘 찜찜한 골프 룰 부분이다. 그럴 때에는 로스 볼을 선언하는 건지 들어가서 집어와야 하는 건지 아직도 부끄러워 묻지 못하고 있다.

이제 시작한 뉴질랜드 여행 중에서 남섬과 북섬의 골프장을 몇 개나 들러야 할지 모를 일이지만 볼 걱정은 안 하고 다녀도 될 만큼의 볼이 생겼다 그 볼을 칠 때 마다 이제 대학을 졸업한 동우의 꿈과 볼 하나하나에 뭉쳐있는 학생들의 꿈이 성취되기를 바라면서 부모님들의 애틋한 마음을 가슴에 품었다.

굿샷~ 땡그렁, 동우의 이글 환호가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하늘에 울렸다.

박서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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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현 시인은...
문학시대로 등단했으며 한국문인협회와 시와수상문학, 국제 펜 한국본부, 현대불교문인협회 회원이다.
시집으로는 ‘바람은 혼자 울지 않는다’ ‘해바라기’ 등이 있다. 골프타임즈를 통해 매주 화요일 ‘박서현의 요지경 골프’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