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타임즈=박서현 시인] 티잉 그라운드 위에서 꼬리도 없는 궁둥이를 연신 흔들고 있다. 서너 번 흔들다가 헛스윙을 해보고 마음에 안 드는지 또 궁둥이를 흔들어 댄다.

키가 작고 뚱뚱한 아니 통통한 우리 마스코트 허 회장님. 전용 프로도 있었던 오랜 세월 골프를 쳤건만 티잉 그란운드에 올라서기만 하면 꼬리도 없는 궁둥이를 자꾸 흔들고 또 흔든다.

배내똥 부스러기마저 다 떨어버릴 듯 흔들어 대다가 무엇이 생각난 듯 키만한 드라이버 채를 휘둘러 공을 쳐 보낸다. 동반자들은 기다리다 기다리다가 굿샷을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굿샷 소리에 허허 어린애 마냥 좋아서 큰소리로 웃는 허 회장. 공이 풀숲으로 떨어져 버릴 때도 허허 괜찮아 거기 있을 거야. 하면서 캐디보다 먼저 볼을 찾아 간다. 볼은 누가 봐도 풀숲으로 날아간 로스 볼이다.

살짝 풀 섶을 뒤지다가 ‘여기 있어! 거봐!, 여기 있어!. 캐디! 5번 아이언 가져와’ 하고 외친다. 어느새 주머니에서 똑같은 번호를 가진 볼을 꺼내 놓고 캐디를 기다린다.

알까기를 한 것이다. 우리는 허 회장의 알까기 수법을 모두 알고 있지만 하하 웃으면 ‘회장님 좋은데 내 놓고 치십시오’ 한다. 허 회장은 예의 오리 궁둥이를 몇 번 흔들고 멋진 아이언샷을 날린다.

필드를 걸으면 잔디를 깎은 풀 향기가 난다. 풀 향기는 꽃향기보다 더 싱그럽다. 미세먼지도 사라진 숲속은 새소리만 울릴 뿐 내가 숨을 멈추면 미풍의 속살거림도 들려온다. 내 얼굴을 쪽빛 하늘에 푹 담그고 필드에 퍼지는 나무들의 숨소리를 듣는다. 노루 한 마리 페어웨이에 멈춰 서서 사람을 바라보고 작은 벌레는 제 갈 길을 간다. 나는 이 향기, 이 고요가 좋다.

나이스 샷~!

넓은 페어웨이를 가로질러 포물선을 그리면서 허 회장의 골프 볼이 울창한 수풀을 향해 난다. 볼을 찾으러 간 허 회장은 풀숲을 뒤적거리면서 알을 품는다. 허 회장의 자궁은 주머니, 안으로 구멍 뚫린 바지주머니다.

볼은 빵꾸난 주머니 속에서 오줌 싸면 바짓가랑이 속으로 다리를 타고 흘러 나오 듯 발등으로 툭 떨어져 나온다. 볼을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캐디에게 큰 소리로 말한다. ‘아 여기 있네 아이언 8번 가져와’ 하고 샷을 준비한다.

처음에는 동반자도 캐디도 감쪽같이 몰랐었다. 그래도 허 회장이 귀여운 건 꼴지가 내야하는 음식 값을 일등을 하고도 매번 쏘는 것이다. 일등을 했다고 허허 웃으며 한턱낸다.

여러분도 알까기 한 번 해 보실래요? 물론 동반자들이 먹을 밥값은 두둑이 가져가야겠지요.

박서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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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현 시인은...
문학시대로 등단했으며 한국문인협회, 시와수상문학, 국제 펜 한국본부, 현대불교문인협회 회원이다.
시집으로는 ‘바람은 혼자 울지 않는다’ ‘해바라기’ 등이 있다. 골프타임즈를 통해 매주 화요일 ‘박서현의 요지경 골프’를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