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현의 요지경 골프] 곽사장의 손자병법

[골프타임즈=박서현 시인] 새벽잠에서 깬 곽사장은 이른 새벽부터 기사를 닦달한다. 거실에서 휘두르던 버리라고 둔 드라이버까지 넣으라고 호령을 한다.

전번에 이어 내기 골프 약속을 하였지만 곽사장은 예감이 좋지 않다, 찌뿌듯하니 컨디션이 안 좋은 반면 꼭 이겨야겠다는 승부근성이 라운딩에 나서기 전부터 요동을 친다.

어떤 묘수를 총동원해서라도 오늘은 백사장을 이겨야 한다. 기필코 설욕을 해야겠다고 벼르며 나섰다. 처음부터 스코어가 안 나면 손자병법 혼전계를 이용하리라 작전계획도 세웠다. 어떻게 하든 전번의 실점을 만회해야 한다고...

잠을 설치며 궁리를 한 탓에 리듬이 깨져버렸는지 첫 홀부터 오비(OB) 샷에 생크 샷이 나고 만다. 힘 빼기 3년이라는데 30년이 넘은 싱글이 슬라이스, 오비, 심지어는 뒤땅(duff, 더프)까지 치며 그의 심보를 드러낸다.

벌써 몇 홀을 돌았는데 뭉친 심보가 안 풀린다. 파릇한 새싹이 돋아 오른 페어웨이도 살랑 부는 봄바람에 흩날려 버릴 듯 활짝 핀 꽃도 흰 구름 동실 뜬 하늘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직 타수를 줄여야겠다는 일념뿐이다.

곽사장은 필드의 기쁨을 만끽하는 동반자들과는 달리 사업적 수완만을 구상하고 있었다. 미들 홀이다. 이글 찬스다. 이까짓 것! 이번에는 기필코 희희낙락하는 세 동반자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 주리라. 그린의 깃발을 향하여 드라이버를 힘껏 휘둘렀다.

곽사장의 심통이 온몸을 돌아 팔로 몰린다. 손끝까지 뻗은 오기는 쇠파이프를 타고 고스란히 전달되어 나갔다. 볼에게 독기로 뭉친 샷을 날린다. 볼은 그린의 깃대를 비켜서 뱀이 있다는 숲으로 날아 가버린다. 순간 곽 사장은 드라이버를 꺾어 내동댕이 쳐버린다.

‘이놈의 채!’

골프채 헤드가 떨어져 나갔다. 깜짝 놀란 동반자들은 뒤땅에 탑볼까지 치며 망가져버렸다. 작전 성공. 곽 사장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모두 곽 사장의 심술은 알고 있지만 작전에 휘말린 동반자들은 긴장했다.

너나 할 것 없이 뒤땅에 생크 볼을 치면서 화가 어디까지 미칠 것인지 걱정들을 하고 있었다.

얼마 전 눈치 없이 굿 샷을 날린 젊은 거래처 사장과의 거래가 끊겼다는 사실이 골퍼들에게 귓속말로 퍼져있던 차였다. 산전수전 다 겪은 곽 사장은 콧노래를 부른다.

‘아 채를 바꾸니 잘 맞네 잘 맞아!’ 능청을 떨며 호탕하게 웃는다.

박서현 시인은...
문학시대로 등단했으며 한국문인협회와 시와수상문학 회원이다. 시집으로는 ‘바람은 혼자 울지 않는다’ ‘해바라기’ 등이 있다.
골프타임즈를 통해 매주 화요일 ‘박서현의 요지경 골프’를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