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서울컨트리클럽

[골프타임즈=박서현 시인] “오늘 골프 갈래?”
이른 새벽 벨이 울린다. 골프멤버가 없는 나에게는 천사의 나팔소리다.

남녘에는 꽃이 한창이라지. 꽃놀이를 가고 싶어 들썩들썩하던 어깻짓에서 먼저 봄기운이 돋는다. 아직 늦잠을 자고 있을 서울의 봄을 깨워줘야겠다. 주섬주섬 골프채를 점검하고 예쁜 옷과 모자를 챙겼다

오늘 일기는 짙은 황사와 안개에 미세먼지가 심하니 노약자는 외출을 자제하란다. 오락가락 비란다. 일기예보도 아랑곳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약속된 서서울CC로 갔다.

7시 부킹! 힐코스 5번 홀은 날씨가 좋으면 서서울 전 코스와 북한의 송악산까지 보이는 곳이다. 오늘은 앞사람의 모습만 보인다. 아마도 인코스를 갈 때 까지는 구름 속 일 것이라는 캐디의 설명이다.

먼 데서 볼 때 우리는 하강한 선녀가 구름 속을 거니는 듯 보일 것이다. 오랜만에 필드에 나온 나는 구름 속 선녀가 되어 골프를 즐기고 있는데 라운딩을 너무 이르게 잡았다고 투덜대던 동반자가 내게 말한다.

“이 담에 내가 펑크 내면 내 펑크도 때워 줄래?” 한다.

“펑크?”

그러고 보니 대신 나가 달라고 부탁한 은 회장은 날씨가 나쁠 때면 꼭 나를 불러 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쨌거나 나는 안개 속에서 선녀가 되어 놀았다. 나름대로의 갑질에서 나온 펑크 등 땜질이던 마음먹기 나름 아닌가.

골퍼는 3대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고들 한다. 시간 있어야 하고 돈 있어야 하고 아프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정도의 조건을 갖춘 것이 골퍼라 세상 알기를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다. 시시때때로 은근이 자랑을 하기도 하고 무슨 극비 인양 쉬쉬거리며 존재감을 높이기도 한다.

또 남편들의 등급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기도 한다. 점장 부인과 함께 라운딩을 할 때의 일이다.

점장 부인은 동반자를 가리키며 하늘의 별. 별 중의 별이라고 나에게도 별 대접해주기를 은근히 권하는 것이었다. 그들의 계급과 관계없는 나는 ‘그 별도 예금해 달라고 하던데요.’하고 기 싸움을 한 적이 있었다.

사모님, 사모님 하며 페어웨이 디보트에 떨어진 볼을 옮겨 주며 아부를 떠는 사모님을 보며 나는 배를 쭉 내밀었다.

봄바람에 실려 온 남녘의 꽃향기가 나는 듯 했다. 이제 곧 서울에도 꽃 천지가 되겠지.

박서현 시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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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현 시인은...
문학시대로 등단했으며 한국문인협회와 시와수상문학 회원이다. 시집으로는 ‘바람은 혼자 울지 않는다’ ‘해바라기’ 등이 있다.
골프타임즈를 통해 매주 화요일 ‘박서현의 요지경 골프’ 연재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