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둑천재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에게 어제에 이어 또 패했다. 기계에게 인간이 고개를 숙인 것이다. 인간의 수를 조금씩 저장하고 학습하면서 도전하는 알파고는 그림자 같은 존재다.(방송화면 캡처)

인간의 설 자리 없어지나... 언젠가 골프도 인공지능 로봇에 종속되는 건 아닌지?

[골프타임즈=정노천 기자] “바둑만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 적용시키면 인간은 노예 되기 딱 좋지요!”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10일에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2국에서 211수 만에 돌을 던진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에 무릎 꿇는 것을 본 정지운 시인의 한탄이다.

인간의 한계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사람들의 기분은 모두 침울해져 버렸다. 희망이란 감정보다는 절망이란 감정이 팽배해졌다. 오늘 이세돌이 알파고에 불계패 당하므로 인간이 설자리가 없어지는 시기가 10년은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 떠돈다.

아직도 구시대 유물인 얄팍한 이념문제로 이 나라가 티격태격하는 사이 한곳에선 인간과 기계의 처절한 격돌이 치러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인간 대표로 나선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어제에 이어 또 패했다. 즉 기계에게 인간이 고개를 숙인 것이다.

인간들이 보기엔 알파고가 실수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이기고 만다. 첫날 이세돌이 돌을 던져버렸고 둘째 날도 인간이 이기기를 바라면서 1집반 정도로 승리를 점쳤으나 결국 211수만에 돌을 던지고 만 처절함을 맛보게 했다. 인간이 보기엔 알파고가 실수라고 하겠지만 알파고로선 아주 고도한 전략일 수 있다.

엄청난 지식(슈퍼컴퓨터 1천200대)으로 수를 읽어내는 알파고는 그런 식으로 유혹 하면서 이세돌이 덥석 물면 다음 수로 이기도록 스스로 학습해 내는 것이다. 10분의 장고에도 한계를 가진 인간의 수를 조금씩 저장하고 학습하면서 도전하는 알파고는 그림자 같은 존재다.

알파고는 주인에게 달려드는 사냥개 같다. 인간은 큼직한 ‘신의 한수’를 찍으러하지만 신은 허락하지 않았고 알파고는 그걸 더 먼저 간파해서 100만 국의 수를 캐내어 가볍게 응수하는 것이다. 이세돌의 수를 학습하면서 다 읽어버리고 회심의 미소까지 지으며 한발 앞서가 버리는 걸 어찌 당하랴.

감정과 컨디션과 심리상태, 집중력 등의 복합적인 영향을 받는 인간으로서는 역부족이다. 인간이 두던 수를 다 읽어 내버리는 알파고의 능력을 인간이 이겨낼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닌지도 모른다. 화투나 달리기 등 다른 잡기나 스포츠에서도 다 졌지만 인간의 오랜 사유의 게임인 바둑에서는 이길 수 있다고 최후의 보류로 삼았던 바둑이지만 그 아성마저도 무너지고 말았다.

1번 지면 모두 진 것으로 여기겠다던 이세돌의 장담도 깡그리 무너지고 말았다. 기계 앞에서 존재의 가치가 무색해지는 인간 군상을 보고 말았다. 쓴웃음만 나온다. 무서운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 일찍이 인간을 만든 신에게 인간이 도전했듯이 인간은 인간이 만든 기계에게 도전을 당하고, 오히려 추월당하고 결국은 기계에게 종속될 될 위기에 봉착했으니 이제 교만한 인간에게 물음을 던져도 되겠다.

인간의 정체성이 뭔가를 묻고 싶다. 과거 인공지능에서는 한 부분만 최적화 돼 우세했던 것이 이젠 모든 부분에 통합형으로 나타난다. 이러다간 그런 성취욕과 회심의 미소를 학습하고 결과적으로 감정과 느낌까지도 스스로 수를 읽듯이 융합해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계가 인간의 수를 읽어버리면 결국 인간을 우습게 봐버릴 것이다. 그땐 더 냉철해져 버릴 세상에 인간이란 동물은 숨죽이며 살아야 할 것이다. 이제 인간이 기계를 이길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일까? 인간의 지식으로만 유아독존이란 생각을 하지 말라. 감정과 정서, 창의적인 부분에서도 이길 수 있을까? 의문이다.

문학인의 장기인 감정과 정서와 상상력의 영역에서도 불안하다. 그들은 감정마저 3D처럼 복제 해버릴테니깐 말이다. 인간의 느낌까지 복제하지 말란 법이 있을까? 감정과 표정은 밀랍으로 얼마든지 만든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조금씩 모아서 인간의 수를 다 읽어버리는 녀석을 어찌 당하랴. ‘애초에 인간이 만든 기계와 대결하는 그 자체가 어불성실이고 인간의 최고 가치인 오래고 깊은 사유의 게임인 바둑과의 대결 양상은 기능과 사유의 언발런스 대결이고 인간 존재에 대한 모독이다’고 한수경 씨는 말한다.

어떤 이는 ‘알파고의 승리도 또 다른 사람의 승리인 것이다. 알파고가 이겼다고 그 기계를 존경하지는 않는다’고 자위를 하기도 한다. 과거 인간이 만든 논리와 이성과 지식부분에선 인공지능에게 이미 끝장나버렸다.

인간에겐 무엇이 남는가? 이젠 묻는다.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이 들어온다. 민주주의나 자본의 폐단이 망친 인간의 삶에 대한 철학적 물음에 답을 준비하지 않으면 과거엔 신에게 눌러 살았듯이 미래의 삶은 또 기계에게 양보해야 할 것이다.

정노천 기자｜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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