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GA 투어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 대회에서 우승한 본 테일러,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도 100위로 수직상승(기존 447위)했다.(사진=테일러 페이스북 캡처)

[골프타임즈=문정호 기자] 골프는 이해하려고 보면 알쏭달쏭, 어렵다고 생각하면 참 단순하다. 필드에서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공이지만 누구에게는 행운이 따르고 불행이 뒤따른다.

이번 PGA(미국프로골프)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 대회에서 우승한 노장 본 테일러(40, 미국)는 행운에 가까운 선수다. 본인 스스로도 예상하지 않았고 그 누구도 우승권에서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

10년 무명에게 우승을 점친 사람은 신(神)도 예측하지 못했을 거다. 조던 스피스(미국), 제이슨 데이(호주), 필 미켈슨(미국) 같은 세계에서 골프 잘 친다는 선수들이 출전했고 게다가 2라운드 11언더파(버디 9개, 이글 1개)를 몰아치며 존재감을 드러낸 강성훈 같은 선수도 불쑥 나타나니 그 누가 변방의 노장 테일러를 알겠는가...

자신도 뜻밖의 우승에 놀라며 “그저 놀라운 일이라고... 노장의 표현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우승 상금(126만 달러, 약 15억2천만원)과 값진 마스터즈(메이저대회) 출전 그리고 향후 2년간 PGA 투어 출전 자격을 보너스로 받았다.

스타급 선수들은 개인 전용비행기가 있어 대회 장소를 편하게 날아다니지만 수입이 힘든 선수들은 교통 환경이 열악하다. 아니 비용을 최대한 아껴보자는 생각으로 물품을 줄여 항공 요금을 아끼기도 하고 자동차로 긴 여정을 떠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대회장에 도착하면 몸이 먼저 지쳐있기 마련이다.

우승만큼 출전도 행운이 따랐다. 출전 기회도 부여받지 못한 테일러는 카를 페테르손(스웨덴)이 대회를 앞두고 기권하면서 대타 출전 행운을 얻었다. 휴대가방만 달랑 들고 대회장인 캘리포니아 페블비치로 날아갔다.

2부 투어(웹닷컴 투어)를 전전하던 테일러에게는 기회였다. 출전 자체만으로도 행운이고 즐거움이었다. 1999년 PGA 프로에 입문한 테일러의 대회 우승 이력은 2004, 2005 PGA투어 레노타호 오픈 우승이 전부다.

출전선수들의 면면(面面)만 보아도 치칠 정도인데 강력한 우승후보이며 이 대회 네 번의 우승 경험이 있는 명장 필 미켈슨이 다시 한 번 우승을 노리고 있는 터라 테일러로서는 숨도 한번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긴장이었다.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며 최종라운드에 들어선 미켈슨의 마지막 18번홀 1.6m 버디 퍼트가 아쉽게 홀을 돌고 나오며 이븐파(72), 16언더파 271타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미켈슨의 버디 찬스를 놓친 뜻밖의 실수가 테일러에게는 행운이었다.

선두와 6타차 뒤진 최종라운드에서 테일러는 보기 2개, 버디 9개로 7타를 줄여 65타를 기록 17언더파 270타로 미켈슨을 1타차로 따돌리면서 10년 한(恨)을 풀었다.

골프에서 첫날도 잘 치고 잔여 라운드도 잘 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첫날 잘 치고 내리 무너지는 플레이어보다, 전 라운드 들쑥날쑥 하는 플레이어보다 꾸준히 치면서 후반부에 잘 치는 플레이어가 멋진 플레이어다. 골프는 생각처럼 치기가 어렵고 힘들다. 실력도 필요하지만 멘탈도 실력만큼 중요하다.

골프 고수들이 말하기를 골프는 뒷심이 좋아야 한다고 했다. 우승자 테일러의 스코어를 보니 첫날(70)보다 둘째 날(68)보다 셋째 날(67)보다 넷째 날(65) 더 잘 쳤다.

10년 무명을 날려버린 테일러에게 우승 상금보다 마스터즈와 PGA 투어 출전(2년) 자격보다 더 소중하고 값진 것이 있다. 바로 자신감, 우승에 대한 자신감이다.

생각해보면 둘째 날 폭풍 샷을 날리며 꿈의 타수 59타에 1타가 모자란 60타로 공동 선두를 달리던 강성훈(29, 신한금융그룹)의 뒷심 부족은 골프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본 테일러(미국)
ㆍ생년월일 : 1976년 3월 9일
ㆍ신체 : 182cm, 70kg
ㆍ출신 : 조지아주
ㆍ학력 : 오거스타 주립대학교
ㆍPGA 입회년도 : 1999년
ㆍ사이트 : 페이스북

[우승 경력]
ㆍ2016 PGA 투어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 우승 : 17언더파 270타(70-68-67- 65)
ㆍ2010 PGA투어 셸 휴스턴 오픈 2위
ㆍ2009 PGA투어 터닝스톤리조트 챔피언십 2위
ㆍ2008 PGA 투어 긴 쉬르 메르 클래식 2위
ㆍ2007 PGA 투어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프리젠티드 바이 마스터카드 3위
ㆍ2006 PGA 투어 버라이즌 헤리티지 3위
ㆍ2005 PGA투어 레노타호 오픈 우승
ㆍ2004 PGA투어 레노타호 오픈 우승

[기타]
ㆍ2006 라이더스컵 대회 미국 국가대표

문정호 기자｜karam@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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