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인 골프 코스가 나를 유혹하네, 골퍼라면 누구나 가보고 싶은 역사와 전통의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는 바닷가에 조성된 자연이 만든 코스로 세계 골프의 성지이자 메카다.

[골프타임즈=이종민 칼럼리스트] 그간 사업차 외국에 나가는 일이 많고 골프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해외 골프장에서 골프를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마도 아메리카 쪽이 많지 않았나 싶다.

그간 해외 골프장을 이용한 곳은 미국 시애틀을 비롯 하와이에 20여 곳, 아리조나 15여 곳, LA, 캐나다 밴쿠버 쪽을 합하면 100군데가 넘는다. 호주는 25～26년 전 2～3여개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한 적이 있다. 그중 기억에 남는 곳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골프장(파72, 7,207야드)이다.

미국 디즈니랜드에서 가까운 이곳에서는 매년 PGA(미국프로골프) 투어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도 장소를 바꾸지 않고 매년 같은 곳에서 대회가 열리는 곳은 흔치 않다. 이곳의 오너가 아놀드 파머다. 직접 관리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여러 골프장에서 골프를 했지만 아마도 내 기억에 가장 비싼 비용을 치르고 플레이 한 곳이 아닌가 한다. 멤버십 회원에 한해 이용할 수 있는 이곳 베이힐에서 골프를 하려면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이곳 롯지에서 숙박을 해야 한다. 이 골프장에서 운영하는 롯지에서 자야만 골프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미국 출장 중 아내와 잠시 시간을 내어 골프를 할까 해서 들렀다가 자야만 한다니 난감했다. 그렇다고 하루 유숙하기는 시간이 허락치 않아서 나름대로 방법을 고안해야 했다. 롯지에서 잔 것처럼 돈을 지불하고 그 영수증을 갖고 골프를 할 수 있었다. 거기에 그린피며 다른 골프장보다 많은 비용을 들여서 플레이를 하게 됐는데 물이 많고 짜임새 있는 코스로 정말 골프하기 최적의 코스다.

회사 일로 밴쿠버에 자주 가곤 했다. 형님이 그곳에 계시고 또 아이들도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밴쿠버에서 동창 친구들도 만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조금 익숙해졌는데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밴쿠버에 갈 적마다 그곳 친구들이 ‘공 한번 치자’는 말을 인사처럼 해왔지만 그때마다 시간이 없어 침만 삼키고 돌아서야 했다.

골프라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나로서는 친구들의 초청을 뿌리친다는 것이 정말이지 고통이 아닐 수 없었다. 친구들은 밴쿠버에 있으면서 시간만 나면 골프를 하는 모양이었다. 사실 그곳에서의 골프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아 보였다. 난 매번 친구들의 입버릇처럼 라운드 한번 하자는 말을 실행으로 옮기기로 했다.

1992년 때다. 마침 밴쿠버 가는 일이 있었는데 그때는 마음먹고 골프를 할 량으로 이낙원 씨와 김해룡 씨를 동행했다. 밴쿠버에는 많은 골프장이 있지만 그중 명문골프장으로 10여 개가 있다. 일종의 프라이빗 클럽이라 회원이 아니면 부킹을 할 수 없는 곳이다. 이때 일주일의 여정이었지만 밴쿠버에서 유명한 프라이빗 컨트리클럽을 연결하여 플레이했다.

모처럼의 일정이고 이왕 칠 바에야 원 없이 치자는 생각에서였다. 일단 그간 내게 입버릇처럼 말해왔던 친구들에게 날짜와 시간별로 약속을 했다. 일정은 1주일밖에 없었던 터라 나는 이때 정말이지 원 없이 맘껏 골프를 해볼 심산으로 다부지게 일정표를 짰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풀코스로 골프 약속을 한 것이다. 그것도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서 약속을 했다. 자연이 컨트리클럽은 여기 저기 분산되어 있는데 이를테면 아침에 서울에 있는 골프장에 18홀을 치고 곧바로 수원쯤에 위치한 골프장으로 옮겨가서 18홀을 치는 식이었다.

식사는 차를 이동하는 사이 차안에서 간단하게 먹거나 아니면 그곳 골프장에 도착하자마자 친구 손에 이끌려 식사를 하고 바로 골프를 하는 것이다. 누군가 좀 쉬었다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지만 나는 골프하는 것이 쉬는 일이기 때문에 따로 휴식할 필요가 없다. 우리 3명과 현지에서 만나는 친구 1명을 더해 4명이 한 팀을 만들어 플레이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오전 오후를 나누어 밴쿠버에 있는 골프장을 다 돌면서 쳤다. 너무 타이트하니 좀 쉬자는 소리도 나왔지만 약속을 해놓은 터였고 또 그럴 수 없었다. 그간 얼마나 바라고 또 바랬던 일인가. 또 모두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사실 말뿐이지 싫다는 표정이 아니다. 늘 일 때문에 못한 골프 한을 일시에 다 풀어냈다고 생각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시간만 나면 그때 그 환상적인 골프 코스가 또 다시 나를 유혹한다.

골퍼라면 누구나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 현존하는 골프코스 중 가장 오래되고 역사와 전통이 있는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다. 1754년 스코틀랜드 해안에 창설된 로열앤드에이션트골프클럽, 이 골프장은 바닷가에 조성된 자연이 만든 코스라는 전설을 갖고 있는 세계 골프의 성지이자 메카다.

한국인으로는 1920년대 영친왕 부부가 처음으로 골프를 했던 기록이 있고 그간 수많은 골퍼들이 다녀온 걸로 알고 있다. 나 역시 외국 출장길에 얼마든지 들를 수 있었는데 아직 못가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가보고 싶은 것을 참으며 아껴두고 있는 것이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에 품고 있듯이.

이종민 칼럼리스트｜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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