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주도자가 되겠다고 내용도 보기 전에 이름만 가지고 싸우는 모양새 ‘아쉽다’

[골프타임즈=전흥규 기자] 우리가 아직도 자신들의 역사서 하나 바르게 정립시할 수 없는 민족인가. 최근 역사 교과서가 온 정치권과 국민들의 갈등으로 떠올랐다. 교과서까지 파고 든 이념논쟁의 정치적 논리가 아쉬운 시점이다.

이에 역사적 사실들을 합의를 통해 바르게 표현해내는 공동 편찬위원회를 제안한다. 기성 관계자나 역사가들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내용으로 누굴 가르칠 수 있단 말인가. 각계각층의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바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흔히 인용되는 “역사는 역사가가 만든다”는 우문현답을 상기시키지 않더라도 역사적 사실과 역사적 해석과 역사적 기록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오늘날 한국사 교과서를 다시 만들자는데, 서로 주도자가 되겠다고 새로운 내용도 보기 전에 이름만 가지고 싸우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굳이 ‘국정교과서’라는 구태의연한 발상을 들고 나와 선입견만으로도 반발을 살 수 있는 빌미를 왜 만들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국정화’는 그 의도가 바르다고 하여도, 시대적 역행이다.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해석이 확연하지도 않은 근현대사 등은 역사관의 계층 간 거리가 넓고, 교과서를 둘러싼 산업구조와 교육구조와 정치구조도 무시된 발상이다.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던져 여론을 떠보기 전에 각계각층 전문가들의 논의로 중지를 모았더라면 싶다. 진실의 관점을 좁히지 않는다면 어떤 한국사 교과서를 만들어 내더라도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할 것이다.

정치색 배제하고 현대사를 보는 안목 아쉬워
2012년 교육과정 변경 이후 현대사 비중이 35% 정도로 높아졌고 한다. 결국 정치권에서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진행형의 정치적 논리를 학교 교육으로 끌고 들어 간 꼴이다.

때문에 한국사 교과서를 바로 세워보겠다는 시점은 좋다고 본다. 이런 시도가 학계나 민간에서 주도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역사가 다분히 정치적이지만 정치색을 배제하고 한국 현대사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아쉽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문제가 된다고 보는 교과서가 교육현장에 투입되었는가. 국정화가 안 되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지 않는가. 평가되지 않은 현대사를 각 출판사와 이종교배 된 필진의 다양한 시각을 교육적인 측면에서 제대로 심의 또는 검정(檢定)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국정화’보다는 검증할 수 있는 전문가를 모으고 심의를 강화해 나가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개정 한국사 교과서를 주도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웁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에 반해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에서는 ‘유신시대처럼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 교과서가 될 거라고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모두 목적만 있을 뿐 대안이 없는 목소리들이다. 그리고 5천년의 한국사를 50년의 현대사로 저울질 하는 꼴이다. 때문에 교육적인 측면에서 대안을 빨리 찾아야 한다.

확립되지 않은 이론이나 사실은 교육적 가치가 없다. 그래서 교과서는 때론 역사서와 구분되어야 한다고 본다. 역사서는 다양한 역사가의 견해가 들어가고 논쟁의 중심이 될 수 있지만 교과서는 확인되지 않은 견해에 대해서는 중립적이어야 한다. 그 중립에서 논쟁이 시작되어야 진정한 교육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은 무엇일까. 일찍이 임기 초기에 국무회의에서 “고교 역사교과서 검정 결과와 관련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다음 세대에게 바른 역사를 가르치고 정확한 사실에 입각한 균형 잡힌 역사관을 갖게 하는 것은 우리세대에 부여된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보게 될 역사교과서에 역사적 사실 관계가 잘못 기술되는 일이 없어야 하고 교과서가 이념논쟁의 장이 되는 일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중요한 사실을 보다 사회적 갈등 없이 해결할 수는 없었을까. 정치적 논리들만이 무성한 판이 아니라 진정한 교육적 가치를 찾을 수는 없었을까. 이제라도 정치권은 부정적인 것들만 내세우지 말고 한 자리에 모여 의견을 좁혀가야 할 것이다.

목적만 있고 대안없는 목소리 ‘논쟁이 아닌 진정한 교육을 생각해야’
정치권은 무모한 싸움은 접고, 새 한국사 교과서를 만들어라. 자신들의 이념을 얄팍하게 숨기지 말고 능력이 안 되는 것들은 다음 세대가 판단하게 하라.

역사는 항상 새롭게 쓰인다. 역사는 과거의 인간 활동에 대한 기록이지만 과거는 이미 지나가버렸기 때문에 우리가 객관적인 대상으로 볼 수 없다. 때문에 어느 누구도 역사적 사실을 총체적으로 인식하고 기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우리가 접하는 역사적 사실과 정보들은 누군가에 의해서 선별되고 재구성된 것들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역사는 그것을 기술한 자의 것이라, 객관성과 보편타당성을 가져야만 진실을 담을 수 있다.

이러한 역사를 바로 세우지 못하는 민족은 분열이 끝날 수 없다. 정치권에서도 합의되지 못하고, 학계에서도 합의되지 못하고, 국민들도 합의하지 않은 사안들은 좀 더 역사에 맡겨야하지 않을까.

역으로 문제되는 한국사의 이념문제 등 갈등 사안들을 정치권에서 합의하고, 학계에서 합의하여 국민들을 이해시키는 일을 먼저 해주길 기대한다.

이 시각에도 각 당은 주장만 되풀이 하고, 진보와 보수로 갈라선 국민들은 맞대고 집회를 하고 등 갈등의 날이 섰다. 정치권은 국민의 갈등을 조장하지 말고 한 테이블에 앉아서 답을 찾아내라. 시간만 끌다가 다른 이권과 맞교환하는 무기로 사용하지 말고.

전흥규 기자｜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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