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도 컨벤시아에서 개최된 2015 프레지던츠컵 개막식<사진 프레지던츠컵 조직위원회 제공>

[골프타임즈=정노천 기자] 한국에서 대통령이 골프장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참 낯설다. 낯설다기 보다는 국민들의 시선이 좋지 않으니깐 선뜻 나서기가 그렇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대통령에겐 골프장이 금기의 땅인가? 골프하면 ‘논다’라는 의미가 강해서 그런가 보다. 주말 여가마저도 대통령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공간이 됐다.

골프계의 입장에선 아쉽긴 하지만 아직 골프를 바라보는 시각이 덜 여문 까닭인 걸 어쩌랴. 박근혜 대통령이 골프행사에 참석했다. 세계적인 대회인 프레지던츠컵에는 개최국의 수장이 명예 대회장이 되는 관례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골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천 송도에서 열린 2015 프레지던츠컵 때문이다. 골프 플레이가 아니라 개막식 날 국제행사의 의례로 참석한 것이다.

코스에 대통령의 출현은 옛날 초대 이승만 대통령까지 소급된다. 현재 어린이 대공원 자리인 군자리코스에서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대통령배)를 치를 때 우리나라 선수들의 우승을 격려하기 위해 코스에 나와 관전했다.

물론 직접 플레이를 하진 않았다. 하지만 현역 시절 골프장에 나와 골프를 했던 이는 박정희 대통령과 전두환 대통령 등이 있다. 그밖에는 대통령이 되기 전이나 퇴임 후 그리고 휴가지에서 부속 코스에서 골프를 한 대통령이 노태우, 노무현, 김영삼, 이명박, 최규하 대통령 등이다. 그리고 초창기 골프대회명이 대통령배였기 때문에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이 경무대 혹은 청와대로 우승자들 초청해 우승컵을 수여 했던 전적이 있었다. 그러던 것이 골프대회 명칭에서 대통령배란 이름이 빠져 오늘날까지 이어와 대통령과는 인연이 없었다.

골프의 종주국인 미국과 유럽대항전인 라이더 컵이 치러졌는데 이에 댓구해서 1996년부터는 미국이 유럽 외 국가연합 팀과 대회를 개최했다. 이것이 프레지던츠컵으로 비유럽권 출신들로 세계의 최정상 골프 선수들이 국제적인 팀을 만들어 골프종주국인 미국팀에 대항 매치플레이 경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고안됐다.

▲ 부시 전 대통령(왼쪽에서 두번째)

팀 대항전 방식인 프레지던츠컵은 2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데 12명의 미국 선수와 비유럽권 국가 선수 12명, 단장 추천 2명 등 총 24명의 선수가 참여하는 경기다. 프레지던츠컵은 타 골프 대회와 달리 상금이 없는 독특한 대회이다. 대신 대회에 참가한 선수와 단장, 부단장은 자신이 선택한 자선 단체에 모금된 기부금을 동일한 금액으로 기부한다.

이번 대회엔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부시 전 대통령이 골프인 자격으로 참석했고 호주,·캐나다 총리에 이어 골프 문외한 박근혜 대통령을 코스에 불러낸 것이다. 골프황제 잭 니클라우스도 참석해 한국골프의 질을 세계적으로 격상 시켰다. 그 힘은 어디서 왔을까. 모든 것이 기부라는 명분이 아닐까. 프레지던츠컵을 들여다보면 한국의 기부 문화를 다시 불러일으키게 하는 자극제가 되게 한다.

정노천 기자｜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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