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경자 작, 장미와 여인(1981년)

▲ 천경자 작, 이디오피아의 여인들(1974년)

▲ 천경자 작, 황금의 비(1982년)

단순하면서도 힘 있는 선, 넘치지 않는 색, 비어 있는 눈빛... 화려하고 강렬하며 작품마다 꿈틀 대는 화가의 영혼을 마주하다

▲ 천경자 작, 탱고가 흐르는 황혼(1978년)

▲ 천경자 작, 모뉴먼트 밸리(1987년)

[골프타임즈=문명실 객원기자] 사망과 생존의 사실여부로 꾸준한 의혹이 있었던 한국의 천재화가 천경자(1924년~2015년) 화백이 지난 8월 6일 새벽, 미국 뉴욕의 맨하턴 자택에서 91세의 나이로 사망한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시립미술관에 있는 ‘천경자 상설전시실’과 화가의 작품이 보관된 수장고에 딸 이혜선 씨가 유골함을 들고 다녀간 사실이 밝혀졌다.

국립 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천경자의 작품 ‘미인도(어깨에 나비가 앉은 여성 인물화)’가 화가가 직접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위작 논란으로 1991년은 천경자에게 커다란 위기의 해였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한국과학기술원에 작품을 의뢰했고 한국화랑협회는 진품이라는 감정을 내렸다.

그 후 1999년 고서화 위작 및 사기판매사건으로 구속된 위조범 권춘식은 “화랑을 하는 친구의 요청으로 소액을 받고 달력 그림 몇 개를 섞어 ‘미인도’를 만들었다”고 말한 바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미인도는 진품이고 공소시효만료 상태로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미술계의 최대 스캔들이었던 사건으로 2014년 4월 이후부터는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는 소장품 목록에서 천경자화가의 ‘미인도’가 누락되어 있다.

장엽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2실장은 “미인도 진위여부와는 무관하다. 가족측이 미술관의 목록 게제 자체가 미인도를 진품으로 주장하는 행위라며 미술관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았다”고 설명했다.

“자기 그림도 몰라보는 정신 나간 화가”라는 불명예에 맞서 “창작자의 증언을 무시한 채 가짜를 진품으로 오도하는 화단풍토에서는 창작행위를 할 수 없다”며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직 사퇴의사를 밝히고 미국으로 떠났지만 4년 뒤 1995년 호암갤러리에서의 전시에는 8만여 명 다녀갈 정도로 대중의 사랑과 관심이 뜨거웠다.

1924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난 천경자 화가는 18살의 나이로 1942년 조선미술전람회(광복이후 대한민국미술전람회)를 통해 화단에 들어서며 1952년 부산에서의 개인전 전시작인 뱀이 엉켜 있는 ‘생태(生態)’로 화가로서의 이름을 알린다.

▲ 천경자 작, 아그라의 무희(1979년)

개성이 넘치는 단순하면서도 힘 있는 선, 화려하면서도 넘치지 않는 색, 강렬하면서도 비어있는 눈빛으로 작품마다 꿈틀 대는 화가의 영혼을 마주하게 된다.

자신에게 천재성이 없다고 한탄하는 천재작가 천경자 화가의 모습에서는 자신의 그림에 대한 욕망이, 열정이 얼마나 컸던가를 짐작할 수 있고, “바람은 불어도 좋다. 어차피 부는 바람이다. 어디서 일어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바람들. 그 위에 인생이 떠있는지도 모른다.”(자유로운 여자 1979)에서는 삶에 대한 예술가의 자유로운 관조를 느낄 수 있다.

천경자를 노래함

화가 천경자는
가까이 갈수도 없고
멀리 할 수도 없다.

매일 만나다시피 했던
명동시절이나
이십년 넘게
만나지 못하는 지금이나
거리는 멀어지지도
가까워지지도 않았다.

대담한 의상 걸친
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허기도 탐욕도 아닌
원색을 느낀다.

어딘지 나른해 뵈지만
분명하지 않을 때는 없었고

그의 언어를 시적이라 한다면
속된 표현
아찔하게 감각적이다.

마음만큼 행동하는 그는
들쑥날쑥
매끄러운 사람들 속에서
세월의 찬바람은
더욱 매웠을 것이다.

꿈은 화폭에 있고
시름은 담배에 있고
용기 있는 자유주의자
정직한 생애
그러나
그는 좀 고약한 예술가다.
           - 박경리(소설가) [천경자를 노래함] 전문-

박경리 소설가의 느낌을 화가의 그림들에서, 화가의 사진 속 모습에서, 그리고 여러 편의 글들에서 공감한다.

그리고 오랜 세월 한결같은 감동을 주고 있는 작품을 보며 위대한 예술가, 천재화가의 죽음을 아쉬워한다.

문명실 객원기자｜master@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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