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작은 바닷가로 떠나는 추억의 포구여행
좁은 물길을 따라 밀물 때나 작은 배가 들고 난다 강렬한 색감과 자연의 실루엣이 연출하는 일몰은 환상적, 느림의 미학 사라져 가슴 아파…
[골프타임즈=문정호 기자] 소래는 인천 남동구 논현동에 있는 포구로 강물과 바닷물이 하나되어 바다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간편한 여행지로 수도권에서 그다지 멀지 않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수인선 협궤열차는 느림의 미학으로 옛 정취를 자아내며 아련한 추억 속에 남아 있다.
1937년 8월5일 소래역으로 개통되어 1995년 12월 31일 운행이 정지되기까지 수원과 인천을 오가며 일제시대 염전에서 나오는 소금과 쌀, 생선 등을 실어 나르고 열차가 힘에 겨워 요동을 칠 때면 좁은 통로에 무릎을 맞대고 앉아 흔들리며 가던 서민들의 고단한 삶과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의 추억을 함께해 왔다.
이용객이 줄면서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았다가 2012년 6월 말 쾌적한 복선 전철로 부활한 수인선 전철. 수인선을 타고 가다보면 갓 잡아 올린 비린내 풋풋한 바다 내음이 물씬 풍기는 곳에 소래포구라는 여행지가 있다. 역명은 소래포구(구, 소래역)지만 지나다 바다 냄새난다 싶어 내리면 되는 곳이다.
염전이 있던 자리에는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고 옛 추억도 사라졌지만 고깃배가 통통 소리를 내며 소래에 싱싱한 해산물이 넘쳐나면서 사람들의 발길은 잦아졌고 포구의 어시장은 번창해 졌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소래포구의 철길(소래철교)은 바닷길을 건너는 다리로 이용되고 있다.
다리를 건너면 어시장으로 그날그날 어획한 선도(鮮度) 높은 생선을 공급하는데 어종은 새우, 꽃게, 민어, 농어, 광어, 도다리, 낙지 등 다양하다.
그래도 소래포구의 명물은 멸치젓, 밴댕이젓, 게젓, 꼴뚜기젓 등 다양한 젓갈이 풍성할 만큼 젓갈 하나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다.
생선굽는 냄새와 왁자지껄, 비린내 풀풀 나는 시장은 시끄럽고 상인은 손님과 흥정에 여념이 없다. 줄지어 늘어선 노천회집들이 지나가는 손님들을 유혹한다.
횟감을 떠서 포구로 나가 쌈장을 듬뿍 발라 소주를 곁들여 먹는 깊은 맛은 매서운 칼바람 앞에서도 아랑곳없다. 카메라 챙기랴, 흘러내리는 가방 챙기랴 한점 더 먹어보겠다고 서로 간에 아우성치는 모습마저도 아름답다.
밀물에 함께 만선의 꿈을 이룬 고깃배 위로 갈매기의 춤사위가 장관이다. 겨울철이라 그런지 꼬막이며 홍합, 굴(석화) 등이 싱싱하고 가격도 저렴한 탓에 손님들도 붐빈다.
소래의 꽃게는 한결같이 불쌍하다. 죽어서도 제 한 몸 편히 눕지 못하고 알이 꽉 찬 실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배 가운데 딱지가 떼어져 누워있다.
죄명 밥도둑, 게 등껍질에 밥 한그릇 눈 깜짝 할 사이 뚝딱 해결하는 맛 한번 기막힌 놈이 어째 타고난 팔자는 박복한지 운명 참 불쌍도 하다.
1960년대 실향민들이 어선 10여 척으로 근해에 나가 새우잡이를 하면서 만들어진 소래포구는 썰물 때는 갯벌 위에 정박해 있는 어선들이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내며 이 어선들은 밀물 때가 되면 다시 바다로 나가 그날 잡은 싱싱한 생선들을 어시장으로 실어 나른다.
소래포구를 바다라고 생각하면 오산(誤算)이다. 도심 속에 작은 강처럼 항구보다는 작은 포구(浦口)이다. 이 작은 포구에 바닷배가 들고 나는 것이 조금은 신기할 따름이다.
김장철이면 젓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걸음 옮기기도 힘들 정도가 되며, 해질녘 일몰 풍경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여 앵글에 담아보려는 사진작가(?)들의 폼생폼사로 분주하다.
태양이 만들어준 일몰, 강렬한 색감과 자연의 실루엣이 더해지는 진귀하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겨울에 보고 있으면 따뜻한 느낌마저 든다.
한때 전국 최고 염전을 자랑했지만 개발에 밀려 사라졌다. 과거 염전이 있던 자리에는 소래습지생태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염전 창고를 개조해 만든 생태전시관과 염전학습장, 갯벌체험장 등이 체험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겨울날 동장군의 매서운 겨울바람 몰아치는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소래포구는 바다의 맛을 즐기려 찾는 이의 발걸음으로 항상 북적인다.
<찾아가는 길 / 자가용•버스•전철>
• 자가용으로 간다면 네비에서 소래포구 설정하면 출발에서 목적지까지 큰 어려움이 없다. 참고하면 제2경인고속도로 시흥IC에서 월곶 방면→소래대교→소래포구 또는 경인고속도로 도화IC → 시청 → 구월동 → 소래포구
• 전철 4호선 오이도역이나 인천지하철 1호선 원인재역에서 수인선으로 환승 →소래포구
• 전철 1호선 주안역에서 38번 시내버스→소래포구, 동안천역과 제물포역에서 21번 시내버스→소래포구
• 전철 1호선 개봉역과 7호선 광명 사거리역에서 1번 시내버스→월곶 소래철교를 건너면 소래포구
• 전철 1호선 광명역에서 11-3번 시내버스→월곶 소래철교를 건너면 소래포구
• 안양 1번가(중앙시장, 우체국, 만안구청)에서 32번 시내버스→소래포구
※ 협궤열차: 레일간 폭이 좁은 철길을 말한다. 궤도 간격이 표준궤간(1435mm)보다 좁은 철도를 달리는 열차.
※ 협궤철도(narrow gage railway) :일반적으로 건설투자비·운행비·보수비 등이 적게 들지만, 열차의 운행속도가 낮고, 안전도에 있어서도 광궤철도(廣軌鐵道)만 못하다. 이 철도는 교통량이 적은 지방철도로 사용되었으나, 자동차 교통의 발달에 의해 별로 사용되지 않는다. 한국에는 수원과 인천의 송도역을 잇는 수인선(水仁線)과 수원 여주 간을 있는 수려선이 있었다. 수인선은 경제성이 낮아져 1995년 12월 31일 영업이 중단되었으며 수려선은 1972년 3월 31일 폐선되었다.
사진｜문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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