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콩강과 함께 신들의 세계를 향한 여정-캄보디아 ‘앙코르와트’
[골프타임즈=문정호 기자] 1000년 전 고구려, 백제, 신라가 한강유역을 점령하기 위해 크고 작은 전쟁의 역사를 반복했듯이, 인도차이나반도의 젖줄인 메콩강을 사이에 둔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의 팽팽한 신경전은 그들의 역사가 짊어지고 가야할 가혹한 운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지배하고, 다시 태국이 캄보디아를 손아귀에 쥐면서 제국주의가 판을 치던 19세기 초반, 아시아 식민지개척에 나선 프랑스에 의해 무릎을 꿇던 처참한 역사. 불화와 분쟁, 전쟁으로 점철된 역사는 지금도 3국의 정치, 경제, 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메콩강이 인도차이나반도 국가들에 갖는 경제적 잠재력은 대단하다. 9세기 초부터 15세기 중엽까지 지금의 캄보디아 땅에서 찬란한 문명을 일궜던 앙코르왕국은 메콩강의 수자원에 직접적으로 의존해 정치, 경제, 문화를 발전시켰을 뿐만 아니라 메콩강과 연결된 캄보디아 서북부의 톤레삽 호수를 둘러싼 크메르족과 타이족의 신경전 또한 만만치 않았다.
오늘날의 캄보디아의 원류나 다름없는 앙코르왕국은 9세기 초 크메르족에 의해 세워져 15세기까지 동남아시아를 호령하던 초강대국이었다. 크메르왕국이 가장 강성할 때에는 지금의 태국 동북부와 라오스, 베트남 일부까지도 장악하였다. 지금도 캄보디아의 시엡립 땅에 남아있는 앙코르와트와 비욘사원 같은 웅장한 유적지는 찬란했던 앙코르왕국의 흥망성쇠를 고요하게 담아내고 있다.
앙코르왕국의 속박에 있던 타이민족이 독립을 천명한 것은 13세기 중엽. 군사를 일으켜 캄보디아인들의 지배를 벗어나 수코타이왕국을 세웠고, 그 뒤를 이은 아유타야왕국에 이르러서 대규모의 군사를 일으켜 앙코르왕국을 멸망시켰다. 이후 전쟁포로로 잡혀간 앙코르왕국의 학자와 관료들은 15세기 태국의 정치, 문화 발전에 기여한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대한 태국의 지배는 베트남이 개입되면서 복잡한 양상으로 치닫게 된다. 1620년 베트남 응우엔 가문의 공주가 캄보디아 처이쳇타 왕의 왕비가 되면서 비롯된 베트남의 캄보디아 장악은 당시 캄보디아 땅이었던 메콩강 삼각주지역에 베트남인 정착촌을 세워, 베트남 정부의 직접 관리 아래 두면서 시작되었고, 이는 오늘날까지도 베트남이 캄보디아 땅이었던 메콩강 삼각주지역을 차지하게 된 역사적 바탕이 되었다.
태국과 베트남이라는 인도차이나 반도의 두 강대국 사이에서 완전히 무력해제된 캄보디아 왕실은 ‘친 베트남’과 ‘친 태국’이라는 두 개의 파벌로 나뉘게 되었고 두 나라에 모두 조공을 바치는 속국으로 완전히 전락하였다. 그후, 19세기 중엽 캄보디아가 프랑스 식민지가 될 때까지 끊이지 않는 혼란이 계속되었다. 비옥한 메콩강 하류의 삼각주를 둘러싼 캄보디아와 태국, 베트남의 끊임없는 신경전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메콩강 유역을 가장 길게 끼고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캄보디아였다.
근대에 들어선 1957년 메콩강 유역 국가들의 생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설립된 메콩강 개발계획이 출범하면서 협력의 길을 가는가 했던 이들 나라들은 1970년대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공산화로 태국이 두 나라에 등을 돌리고, 1979년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식민지화하면서 또 다시 심각한 적대관계로 돌아섰다.
메콩강 유역의 여러 민족 사이에는 이렇듯 전쟁과 암투로 점철된 치열한 역사적 경험과 기억이 캄보디아인들의 베트남인들에 대한 혐오, 베트남인들의 캄보디아인들에 대한 멸시, 캄보디아인들에 대한 타이인의 우월의식, 베트남인들에 대한 타이인들의 경계의식으로 지금까지도 역사 속에 아프게 잔존하고 있다.
자료제공 : 레드캡투어 02-2001-4695
문정호 기자｜karam@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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