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배상문이 PGA 투어 2014-2015 시즌 개막전 ‘프라이스닷컴 오픈’에서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로 우승을 차지했다.[사진제공=연합뉴스]

[골프타임즈=최양수 기자] 한국골프의 차세대 선두 주자 배상문(28·캘러웨이)이 PGA(미국프로골프협회) 투어 2014-2015 시즌 개막전에서 통산 두 번째 우승을 달성하며 시즌 전망을 밝게 했다.

배상문은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의 실버라도 컨트리클럽(파72·7203야드)에서 열린 2014-2015 시즌 개막전 프라이스닷컴 오픈(총상금 600만달러·우승 상금 108만달러) 마지막 날 최종 4라운드에서 후반 샷 난조로 고전하며 버디 3개와 보기 4개로 1오버파 73타를 적어냈다.

하지만 마지막 날 1타를 잃고도 고비마다 파 세이브에 성공,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를 쳐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우승을 차지했다.

2012년 PGA 투어에 진출한 배상문은 지난해 5월 HP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이후 1년 5개월여 만에 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상금 108만달러(약 11억6000만원)를 받았다.

시즌 첫 대회를 우승으로 장식한 배상문은 2017년까지 PGA투어 카드를 확보했고 내년 4월에 열리는 시즌 첫 번째 메이저 대회인 제79회 마스터스 토너먼트(Masters Tournament)와 메모리얼 토너먼트 등 출전권도 확보했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친 스티븐 보디치(31·호주)가 배상문보다 2타 뒤진 단독 2위에 올랐다.

배상문은 이번 우승으로, PGA 투어 8승의 최경주(44·SK텔레콤), PGA 투어 2승의 양용은(42)에 이어 세 번째로 PGA 투어에서 2승 이상을 올린 한국 선수로 기록됐다.

배상문은 지난해 HP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 우승 이후 한 번도 톱10에 들지 못하는 슬럼프를 겪었다. 첫 우승 뒤 지난 2월 노던트러스트오픈에서 거둔 공동 12위가 최고 성적이었던 배상문은 이후 37번째 대회 만에 PGA 투어 정상에 다시 오르며 샷 감각을 되찾았다. 아울러 지난 4월 PGA 투어 취리히 클래식 우승자인 ‘영건’ 노승열(23·나이키골프) 이후 6개월 만의 순수 한국인 우승이기도 하다.

또한 PGA 투어 개막전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 것은 배상문이 처음이다. 프라이스닷컴 오픈은 지난 2008년 PGA 투어 가을시리즈 대회 중 하나로 출발한 이후 시즌제로 개편된 2013-2014 시즌 첫 대회로 옮긴 지난해까지 미국인 선수가 대부분 우승을 차지했다. 이전까지는 2012년 스웨덴의 요나스 블릭스트(30·스웨덴)가 유일한 비 미국인 우승자였다.

4타 차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를 맞은 배상문은 전날과 같은 폭발적인 버디는 선보이지는 못했다. 4번홀까지 안정적으로 파세이브하며 4타 차 간격을 잘 유지한 배상문은 5번홀(파5)에서 2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어 기분 좋게 경기를 풀어갔다. 그린 끝에서 굴린 이글 퍼트가 홀컵 1m 앞에서 멈췄고 깔끔하게 마무리해 첫 버디를 신고했다.

이후 배상문은 쇼트게임에서 거리감 조절에 어려움을 겪으며 버디를 내지 못했다. 8번홀(파4)에서 첫 보기를 내며 1타를 잃었지만 9번홀(파5)에서 2m 버디 퍼트를 성공하며 만회, 2위로 따라붙은 헌터 메이헌(32·미국)과의 격차를 4타로 유지한 채 후반으로 들어섰다.

후반 라운드는 전반 라운드와 비교해 더욱 어려웠다. 11번홀(파3)에서는 50㎝ 남짓한 짧은 파 퍼트를 놓쳐 다시 1타를 잃었지만 12번홀(파4)에서 4.5m짜리 버디 퍼트를 성공, 메이헌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앞선 조에서 플레이를 펼치던 메이헌은 13번홀(파4)에서 그림 같은 이글쇼를 앞세워 둘간의 거리를 3타로 좁히며 배상문을 흔들었다. 하지만 메이헌이 15번홀(파3)에서 1타를 잃어 배상문은 2위권과의 격차를 5타로 벌리며 부담감을 덜었다.

그러나 배상문은 티샷이 흔들리면서 페어웨이를 지키지 못해 13번홀과 14번홀(파4)에서 연속 보기를 적어냈다. 이 때문에 13언더파 275타로 먼저 경기를 끝낸 보디치에게 2타 차, 메이헌과는 3타 차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16번홀(파5)에서도 티샷을 러프로 보낸 배상문은 세 번째 샷마저 그린에 올리지 못해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어프로치샷을 홀 50㎝에 떨어뜨린 뒤 파로 막아 한숨을 돌렸다. 17번홀(파4)에서도 그린을 놓쳤지만 힘들지 않게 파를 잡은 배상문은 18번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가장자리에 올린 뒤 밝은 웃음을 지으며 자신 있게 걸어 나갔다. 이 홀에서 1.2m 버디 퍼트를 놓쳐 파에 그쳤지만 우승은 이미 결정된 상황이었다.

배상문은 “후반에는 긴장이 돼서 어렵게 플레이를 했지만 이번 우승으로 더욱 자신감을 갖고 시즌을 치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역전 우승의 가능성을 노렸던 메이헌은 막판 뒷심 부족으로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 공동 3위에 머물렀다. 최종일 배상문과 함께 챔피언조로 나섰던 ‘루키’ 재커리 블래어(24·미국)는 2타를 잃고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공동 12위로 미끄러졌다. 디펜딩 챔피언 지미 워커(35·미국)는 최종 합계 2오버파 288타 단독 63위로 대회를 마쳤다.

배상문을 제외한 코리아 브라더스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컷 통과에 성공한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24·캘러웨이·한국명:이진명)는 버디 3개, 보기 4개를 묶어 1타를 잃어 최종 합계 3언더파 285타를 쳐 공동 38위에서 공동 46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한편 백혈병을 극복하고 이번 대회에 출전한 재러드 라일(32·호주)은 최종 합계 5언더파 283타를 쳐 공동 31위에 오르는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PGA(미국프로골프협회) 프라이스닷컴 오픈 최종 대회결과
1. 배상문 : -15 273(66-69-65-73)
2. 스티븐 보디치 : -13 275(73-68-67-67)
3. 브라이스 몰더 : -12 276(70-69-69-68)
  마쓰야마 히데키 : -12 276(70-67-69-70)
  레티프 구센 : -12 276(69-71-66-70)
  헌터 메이헌 : -12 276(70-68-68-70)
  마틴 레어드 : -12 276(67-67-71-71)
8. 허드슨 스워퍼드 : -11 277(70-69-71-67)
  로버트 앨런비 : -11 277(70-71-66-70)
  존 커런 : -11 277(68-72-67-70)
  브룩스 켑카 : -11 277(68-70-67-72)
46. 대니 리 : -3 285(73-67-72-73)

최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