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 실컷 먹어 배가 남산만 해져야 사랑 나누기 시작

“어? 이 녀석들 봐라!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고 있네.”

가래나무 가지에 달라붙은 곤충 한 쌍이 협동해서 일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렵게 구한 식량을 암컷과 수컷이 함께 집으로 옮기는 것 같아 바짝 다가섰다. 개미들이 식량을 나르기 위해 서로 협동해서 옮기는 것은 봤어도 다른 곤충이 협동해서 식량을 나르는 것을 보지 못했던 나는 의아하게 생각하며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갔다.

한참을 관찰해 보았다. ‘어? 그런데 이상하다!’ 암컷 엉덩이에 달라붙어 부풀어 오른 우윳빛 물건이 식량은 아닌 것 같다.

그럼 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하! 사랑을 나누고 있구나!’ 그제야 나는 이들이 오전에만 사랑을 나누는 호두나무잎벌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리저리 자리를 바꾸며 갖은 포즈로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마치 사랑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신기했다.

호두나무잎벌레는 한국·중국·일본에 주로 서식하며 호두나무·가래나무에 피해를 주는 해충이다. 이들은 사랑을 나눈 후 곧바로 산란을 한다. 유충에서 번데기가 될 때까지 세 번의 변신을 하게 되는데, 보통 10여일 걸린다. 그리고 번데기로 2~3일 살다 우화해 성충이 되며, 며칠간 나뭇잎을 섭취하게 된다.

호두나무잎벌레는 4월 말에 출현하여 5월 초순 활발한 성충기를 거쳐 5월 중순이 되면 휴면과 함께 다음해 4월말까지 월동에 들어간다.

월동은 주로 지피물(땅에 떨어진 나뭇잎이나 나뭇가지 등), 또는 나무의 갈라진 수피 틈에서 한다. 이 녀석들은 지금 산란을 위해 서로 사랑을 나누는 중이다. 암컷은 배가 산처럼 부어올라 있다.

사랑하기 전 실컷 배부르게 먹는 것이 이들의 습성이란다. ‘참, 미련하네. 사랑을 나누기 직전에 배가 남산만 해지도록 먹는다니…’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저들은 외모를 보고 사랑하지 않는구나!’ 하는 데에 생각이 미치자 오히려 사람들의 외모지상주의가 새삼 낯간지러워졌다.

“얘들아, 지금 남생이무당벌레가 오고 있어!” 하고 소리치자 이들은 얼른 사랑을 멈추고 나뭇잎으로 숨으려 발버둥친다. 남생이무당벌레는 이들을 인정사정없이 물어뜯어 죽여 버리기 때문에 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천적이다.

류시균｜동화작가, 칼럼니스트

사진제공｜김봉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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